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될 때 특별한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이제는 익숙한 표현이 된 '단짠'이 가장 대표적이죠.
그리고 한때는 '융합형 인재'라는 표현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여기서도 '단짠'같은, 서로 다른 두 요소가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에서 특별한 매력을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BHSN에도 이런 '단짠'같은 조합을 가진 개발자가 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AI 엔지니어.' 벌써 그가 어떻게 경영학 전공자가 개발자의 길을 택했는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오늘은 BHSN의 리걸AI 솔루션 ‘앨리비’의 핵심기술인 AI를 고도화하고 이를 실제 서비스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AI팀 박장원 AI 엔지니어님을 만나보겠습니다.
네, 저는 BHSN에서 AI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박장원입니다. 현재 개발 경력은 7년 차이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원래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점이에요. 이후 25살 무렵 컴퓨터 공학 복수전공을 하면서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와 매스프레소, 국민은행을 거쳐 현재 BHSN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외부에서는 한국어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 처리)오픈소스 관련 활동도 활발히 해왔습니다.
처음부터 개발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대학에 다니던 2015년-2016년 당시엔 넷플릭스라든지, 소위 ‘네카라쿠배당토’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경영학과에서도 창업된 관련 수업이 많은 시기였고, 자연스럽게 창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런데 기술적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생기는 한계들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앱을 일주일 만에 만들어달라’는 비현실적인 외주 요청을 하거나 하는 것처럼,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없다면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을 하는 실수가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창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협업할 수 있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맞아요. 사실 저도 처음부터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 그저 “경영학과 개발을 잘 융합해서 뭔가 해봐야겠다.”정도의 마음이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개발자가 되어 있네요.
그렇지만 경영학을 전공한 경험이 아주 쓸모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개발자의 시각과는 조금 다르게, 경영학적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시선을 갖게 된 것 같거든요. 특히 AI 엔지니어는 다양한 도메인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일이 많다 보니, 경영학적 사고방식이 큰 장점이 되기도 해요. 실제로 다른 AI 엔지니어분들 중에서도 컴퓨터 공학이 아닌 다른 학문을 전공하신 분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꽤 많더라고요.
특히 AI 엔지니어는 다양한 도메인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일이 많다 보니, 경영학적 사고방식이 큰 장점이 되기도 해요.
네, 제가 BHSN의 첫 개발자 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입사에는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한국어 오픈소스 NLP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됐어요. 대표인 정근님께서 당시 NLP 쪽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제가 만든 오픈소스를 보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사에 흥미가 생겼고, BHSN에 합류하게 된 거죠.
BHSN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로는 AI를 특정 산업(버티컬 분야)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물론 금융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업무를 하고 있긴 했지만, 제 기준에서는 금융 쪽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많이 시도해 봤다고 생각하던 시기였거든요.
두 번째로는 정근님의 비전과 팀 문화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사람을 보고 간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잠깐이었지만, 정근님과 나눈 대화 속에서 리걸테크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일할 동료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고, 그래서 합류를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혁신을 만들고 성공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기능이 화려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점이었다고 생각해요. 배달의 민족이나 토스 같은 서비스들도 결국 ‘시간을 절약’해 주는 일에 집중했다고 할 수 볼 수 있죠.
앨리비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법률 전문가를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작업을 줄여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AI가 지닌 가장 큰 가치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AI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자체 AI 엔진을 개발하고, 리걸 옵스 팀과 협업해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에 주력했죠. 현재는 MLOps 쪽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팀이 성장하면서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안정적인 운영이 더욱 중요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팀원 중엔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히스토리를 알고 있다 보니 GPU 인프라 운영과 최적화 등 보다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AI가 지닌 가장 큰 가치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리비가 가진 차별화된 포인트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검색을 효율화해 업무 시간을 줄여준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법률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도 업무에서는 검색을 많이 활용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서비스하고 있는 비즈니스 에이전트나, 계약관리솔루션의 검색 기능은 단순히 검색을 통해 문서를 찾아주거나 하는 일만 수행하고 있진 않습니다. AI를 활용해 요약된 정보를 추출하고 정리해 주는 등, 더욱 발전된 검색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이런 작은 기술들이 모여 업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죠.
특히, 체결본 보관함 내의 검색 기능에는 저희가 넣을 수 있는 그야말로 온갖 테크닉을 다 집어넣어서 최대한 효율적인 검색 경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또한 앨리비에서 제공하는 ‘AI Contract Review’의 체크리스트도 AI 기반 검색 기술이 적용된 기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고요.
일반에 공개된 언어모델이나 기술이 저희 서비스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체 개발해요. 물론 이렇게 자체 개발한 리걸AI 언어모델은 온프레미스(On-premise)로도 대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요.
많은 사람들이 LLM(Large Language Models, 대형 언어 모델)하나만 적용하면 전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법률 같은 전문적인 지식과 엄밀함을 요구하는 분야는 더더욱 그렇고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이제는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진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문제를 들 수 있겠네요.
그래서 앨리비는 단순한 언어 모델뿐 아니라 OCR이나, 자체 검색 엔진, 임베딩 검색 등을 함께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희 팀의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요. 저희는 AI 기술을 제품에 녹이고, 어떻게 하면 실제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분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입니다.
때문에 저희 팀에서 일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최신의 기술뿐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AI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핵심적인 부분은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면 AI 모델의 성능 평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AI 개발의 핵심은 모델 개발뿐 아니라 성능을 평가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평가 불가능한 모델은 서비스에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AI 기술이 가진 특성상 랜덤하게 추출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때문에 도메인 지식 전문가가 같이 붙어서 평가해 주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이죠. 사실 법률 특화 모델에서는 이런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고 까다로운데, 저희는 리걸 옵스(Legal Ops)라고 하는, 법률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팀과 함께 협업한다는 점에서 좀 더 모델의 성능 평가를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희 AI팀은 10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팀원들은 각자만의 전문 분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LLM, OCR, 검색 엔진 고도화, 데이터 엔지니어링, MLOps 등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죠.
얼핏 보기엔 각자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는 팀인 것처럼 보이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할 땐 저희 팀의 가장 큰 장점은 ‘이타적인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지만, 필요할 때는 서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문화가 깔려있어요.
네 맞아요. 제가 자주 하는 얘기가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회사에서 불행하면 끔찍하지 않겠냐.”는 거예요.
개인의 기술적인 성장과 커리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인격적인 성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이타적으로, 힘들더라도 공유하고 도울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Developer보다는 Problem Solver였으면 좋겠어요. 개발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중요한 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거죠. 특히 AI 분야는 개발 실력 자체보다도 ‘왜 여기에 이 기술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문제 해결력이 중요한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 해결력을 갖고 계신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서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한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팀 문화도 그렇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상황을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그럼으로써 동료들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혹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도록 하는 거죠.
거기다가 저희 회사는 재택근무제도도 꽤 활발한 편이다 보니, 이런 근무 형태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의사소통 부재라는 장애물을 없앨 수 있도록 자주 소통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Developer보다는 Problem Solver였으면 좋겠어요. 개발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중요한 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거죠.
5년 후라… 제가 생각할 때 앨리비는 5년 내에 한국의 리걸AI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서비스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리걸AI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중의 하나가 아무래도 ‘리걸’테크다 보니, 법령이나 판례 같은 법률 문서만 주로 다룰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문서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많이 다룹니다. 비즈니스 문서도 마찬가지고요. 실제로 법률 전문가분들도 리서치를 할 때, 각종 비즈니스 문서를 많이 접하기도 하거든요.
때문에 저는 앨리비가 이런 다양한 부분을 모두 커버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속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지금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로 말이에요. “AI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곧 앨리비의 가치가 아닐까...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7년 차 개발자가 되니 커리어와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개발자라고 해서 개발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업무를 하면서 점점 더 생겨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앞서 말씀드렸던 Problem Solver의 측면에서, AI를 어떻게 서비스에 잘 녹여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의 AI 트렌드는 단순 연구에서 끝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형태로 서비스에 녹이느냐가 핵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을 좀 더 집중해서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긴 합니다.
글 서두에선 장원님을 '경영학을 전공한 AI 엔지니어'라는 표현으로 소개했지만, 인터뷰하고 난 뒤엔 이런 납작한 표현보다는 'Problem Solver'로서의 장원님을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삼는 그의 마인드 셋은 앨리비가 지향하는 핵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앨리비가 리걸AI 업계에서 차별화된 Problem Solver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단순히 기술력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의 업무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장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앨리비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앨리비에 들어간 AI기술들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 AI 계약 검토는 기본, 앨리비가 제공하는 다양한 AI 기능들